Love Peace Dream
notes
3.
20230614 수,
출근길은 루틴하니까 환승하면서 그 길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제 봤던 두 손 꼭잡고 출근하는 성인남녀를 오늘도 봤다. 오늘도 남자는 여자의 가방을 오른손으로 들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손을 잡고 있다. 한 달 전 쯤 봤던 꼬마아이들도 봤다. 보라색 가방을 매고 보라색 안경을 쓴 누나는 이리저리 다니는 남동생 손을 꼭 잡고 환승구간을 지난다. 얘네들 보고 있으면 내가 직접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자주말해서 마치 내 기억인 것만 같이 떠오르는 장면이 그려진다. 나랑 태하를 같이 등교시키고 부엌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동생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려고 하고, 나는 엄마의 동생 손 꼭 잡고 가라는 말을 이행하기 위해서 잡기 싫지만 잡는 것처럼 붙들고 가는 모양새를 했다고.2.
20221226 월,
내가 옷 좋아하는 건 누굴 닮았나 생각했었는데 우리엄마를 닮은 것 같다. 아빠엄마 대학교 1학년 때인가? 아빠가 ROTC였는데 거기 무슨 파티? 한다고 파트너 데리고 가는 자리가 있어서 엄마를 데리고 갔었대. 아빠 동기분들의 파트너 이모들은 엄마말로는 무슨 엄마나 언니에게서 빌려온 월남치마를 하나같이 입고 왔다는데 엄마 혼자 청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갔다고. 엄마가 멋쟁이었군!1.
20191209 월,
코펜하겐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는 어떤 알지도 모르는 작가님의 알지도 못하는 그림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혹시 누군가 볼까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와 가슴에 남겨져있는 감정 하나라도 날아기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모장에다 글을 휘갈겨썼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어떤 그림 하나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림 속 어떤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바다를 보면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 동생이 떠오른다. 그들의 건강을 빈다. 그들의 행복을 빈다. 차가운 시려운 바람에도 바다 앞에서 꽤나 앉아있었다. 엄마 아빠와 꽤나 통화했다.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도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존재가 나의 엄마 아빠 라는 것을 새삼 깨닫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quotations
2.
헤세,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언제나 기쁨을 주는 동시에, 또한 슬픔과 불안을 안겨 줄 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기쁨과 함께 불안을 느끼게 된다네. 그것이 서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영속적인 것보다 아름다운 걸세. 그렇지 않은가?1.
⟪허공⟫ 김선우,
수천수만 번의 벼락도
나를 멍들게 할 수 없다
비어 있으므로
나는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