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Berlin

어렸을 때, 아빠가 여기 누워보라고 해서 보여줬던 별자리가 있다.

밤에 누워서 별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로로 세 개가 연달아 있는 별을 발견하면, 오리온자리일 것이라고 했다.

아직도 난 밤하늘에서 십자가 모양의 별만 찾는다.

물론 십자가 모양이 오리온자리는 아니지만, 오리온 자리를 이루는 별들이니까.

오리온자리를 찾으면, 아빠가 생각난다.

아주 어렸던 나와 젊은 아빠는 같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봤다.

별
별 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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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4.일

오늘은 갤러리 위켄드의 마지막 날. 갤러리 위켄드라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오픈 갤러리가 오늘 마지막 날이라는 걸 어제야 알게 됐다. 어젯밤에 부랴부랴 갤러리 리스트 핀 해두고 오늘 가기로 마음 먹었다. 원래는 플리마켓 구경도 가려했는데, 도저히 내 체력 상 무리. 심지어 잠이 안와서 새벽 여섯시에야 잠이 들어 네 시간 정도 밖에 못잤다. 피곤했지만, 어제 밤 산책에서 봤던 갤러리 모습에 오늘 꼭 보고야 말겠다 다짐하고 나섰다. 욕심부려 다 돌아다니기 보다, 산책하며 중간 중간 들린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접근했다. 좀 밀집되어 있는 체크포인트 찰리 쪽으로 가서 우선 한 바퀴 쭉 돌았다. 기대했던 것만큼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MAP 손에 쥐고 같이 다니는 게 그것을 즐기는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오픈 갤러리 하는 곳들이 대부분 오피스였다, 한 켠에선 업무를 보고 있는데 여럿이 함께 작품을 구경한다. 북적이며 향유하는 사람들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얼결에 들어간 어느 갤러리 2층에서 본인이 작가인가> 싶으신 분이 옆에 아저씨에게 설명해주시는 걸 훔쳐들었다. 에밀리 디킨슨의 "The world is a little thing -"을 인용하며 raindrop이란 작품을 설명해 주었다. 냄새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sunset도 셀로판으로 표현하고. 그리고 그의 작업 주제가 나에게 와닿았다. carefully하게 대상을 천천히 바라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이 한 층 아름다워 진다고.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거의 동일했다. 한 바퀴 도니 그 분이 나에게 필요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설명해주겠다 했는데 부끄러워 되묻진 못했다. 물어볼 걸 싶었지만.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안궁금해도 말이라도 붙여봐야지 했다. 작가와 대화 나누는 흔치 않은 기회가. 무엇보다 raindrop이라는 여러 다른 빗방울을 묘사한 연작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집에 돌아와 따뜻한 커피에 옷 좀 껴입고 나갈까 하며 지하철을 탔는데 그냥 중간에 내려 다 보고 가는게 낫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부에 내려 밤에 봤던 그 갤러리로 향하던 중.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 그 작업물도 좋았다. 설치 미술의 한 종류 같았는데, 물의 흐름을 이용한. 게디가 거리에 설치되어 있었다. cooool. 재밌게 구경하고. 밤에 봤던 곳으로 갔는데. 웬걸. 밤에 보니 그림자의 움직임이 말도 안되게 멋있었던 곳이 낮엔 감동이 덜했다. 어제 밤에 걸으며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지나가다 건물이 예뻐 사진 찍었던 그곳도 갤러리였다. 속에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 들어가봤다. 4시간 정도 갤러리 돌고 즐기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와 따뜻한 라떼와 빵, 쿠키를 먹었다. 오늘 바람도 쌩쌩불고 추웠어서 몸이 좀 고생했다. 아까 낮에 아빠랑 엄마랑 통화했다. 당진-군산으로 자전거 여행 중. 텐트에서 자는 데 참 대단했다. 아빠는 좀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예쁜 거 보고 둘이 함께 즐기니 좋게 생각한다. 어린이날이라고 아빠엄마가 용돈을 보내줬다. 나이가 30이 다 되어서 용돈을 받다니. ㅋㅋ 곧 어버이날이라 카네이션 꽃다발을 예약배송 해뒀다. 연아를 만나러 빠리에 가는 건. 6월로 잠시 미뤘다. 걱정 말고 즐기자~ ☺︎

암튼 오늘 갤러리 위켄드 즐겨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오픈키노에도 곧 갈 것 같다. 즐거운 5월♥︎♥︎♥︎♥︎♥︎♥︎♥︎♥︎♥︎♥︎♥︎♥︎♥︎♥︎♥︎☺︎☺︎☺︎☺︎☺︎☺︎☺︎☺︎☺︎

20250503.토

이틀 간 일기를 좀 쉬고. 오전에 밥 먹고 펜을 잡는다.

목요일, 5/1일.

1일이라는 게 상쾌하고도 기분이 좋아 행복했던 하루. 내내 행복했다. 일어나서 빵먹고 어제 산 블리크커피를 타 마셨다. 마시면서 책도 읽고 비즈도 만들었다. 5/1일은 이곳에서 봄이 온 걸 축하하며 춤추고 축제라고 한다. 자전거 타고 우르르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파스타도 해 먹고, 엄마아빠랑 통화하고, 아빠가 진쓰래블 보고서는 드레스덴 여행 해보라고 추천해줬다. 5월엔 도이칠란드 티켓을 해 뒀으니. 빠리나 독일 내 소도시도 여행가봐야겠다!! 그러고 3k 뛰었다. 뛰고 씻고 공원가서 3시간 정도 앉아있었다. 영상편집도 하고. 노래 들으며 햇살 쬐이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민선언니가 와도되냐고 해서 오라고 했다. 언니랑 대화도 2시간 정도 나눴다. 좋았다. 지안언니가 같이 저녁 먹겠냐고 해서 wen cheng에서 비앙비앙면 먹고. 맥주도 마시고. 언니들이랑 재미있게 대화 나눴다. 지혜언니는 여기 7년 살고 있어서 독일/베를린 문화에 대해 묻고, 언어에 대해 묻는 그런 대화가 재미있다.

금요일

집에서 늦잠 자고 낮잠도 잤다. 플라잉타이거에 찾던 핌플패치를 발견하고 샀다. 아, 빈티지 샵에서 귀여운 멍ㅁ어이 스웨터 보고 살려 했는데 참았다. 짱 귀여웠는데. 붐비는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아주 기가 쪽쪽 빨려서 공원에서 책 읽으려고 했는데 그냥 집으로 왔다. 집에서 씻고 불닭볶음면에 맥주 마시며 아주 힐링했다. 몸이 피곤했나?... 플라잉타이거에서 식탁보 세일해서 1.5유로에 사왔는데 조타.

토요일

오늘은 밤 산책을 나갔다 왔다. 여기에 오고 난 후 밤에 산책을 나간 건 처음. 요즘은 21:00가 되어서야 해가 져서. 유럽의 밤이 좋았던 나. 주황색 빛으로 물든 거리들이 참 예뻤다. 밤이라 볼 수 있는 것들.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비도 살짝씩 왔다. 밤거리 걸으니 좋더라. 오늘은 늦게 일어나 밥먹고. 낮잠자고. 나가서 책읽고 들어와서 러닝 3k. 그리고 방청소하고. 저녁 반찬하고. 빨래하고. 커피마시고. 저녁먹고. 빨래 널고. 맥주마시고 밤산책하고 들어와 내일 둘러볼 갤러리들 pinned 했다. 이번주가 베를린 갤러리 위크라고. 금-토-일 갤러리들이 무료 개방 및 여러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대서. 내일이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다. 저녁에 산책하며 몇몇 갤러리들을 보며 내일 갤러리 투어가 꽤나 만족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HAPPY

아, 그리고 오늘 드디어 채식주의자 완독!! 살아있음을 느끼지 않은 지 오래 됐다는 "그녀"의 말에. 난 요즘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낌에 감사하며. 이걸 느끼기 위해 떠나왔나 싶기도 했다.

20250430.수

오전에 면접 봤던 매장 앞을 지나갈 일이 있어 지나갔는데, 테오랑 눈이 마주쳐서 ㅇ0ㅇ 이렇게 반갑게 인사했다. 뭔가 이 곳에 새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 나 모자 쓰고 있었는데도 태오가 나를 알아봐줘서 신기했다. 들어가서 스몰톡 좀 나눌까 했는데 그것까진 오버인 것 같아서. 그래서 유리창 사이에 두고 인사 왕창했다. 먼가 기분 좋았음. 지금은 집 앞 공원에 나와서 맥주 마시면서 앉아있다.

그런 거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몇 시에 해가 들어와 몇 시에 나가는지. 그걸 알고 싶어진다. 직접 그 시간 속에 있으면서 말이다. 오늘은 17시부터 공원에 앉아있었다. 뒷편의 이곳은 해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한 중간 정도에 앉아야 19시 30분까지 해를 맞으며 앉아있을 수 있다. 그 이후엔 거의 모든 곳이 그늘로 덮힌다.

20250429.화

오늘 트라이얼로 1시간 30분 일했다. 너무 스윗한 케럄을 만났다. 눈이 예뻤다. 오른쪽 관자놀이에 붙인 핌플패치도 분홍색 하트. 너무 귀여웠다. 하나 하나 세심하게 알려주고, 커피도 타줬다... 아, 일이 됐으면 좋겠다. 나가서 트라이얼 1시간 30분 해보니 재밌었다. 테오/케럄/시니야. 끝내고 나올 때 케럄이 하이파이브 해줬다.

아, 그리고 팟캐스트가 올라갔는데 그걸로 친구들 및 +알파 분들이 응원을 마니 해줬다. 엄빠도 듣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면접 끝나고 - 엄빠랑 통화했는데 일찍 마치고 "회식"중이라고 신나있는 엄빠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팟캐스트 이야기 하다가 또 눈물이 났다. 아빤 내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고 했다. 내가 한 시간이나 하는데 들었냐니까, 아빠가 1시간 2분!!이라며 정확한 시간을 알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가 나 말 잘한다고도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가연언니 팬 됐다고도. 아빠도 나보고. 미래에서 있으니까 다 안다고. 잘 될 거라고. 했다. 엄만 엄마도 팟캐스트 나가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하루가 참 길었는데 행복했다. 러닝도 했다. 러닝 후 걷는 중에 카주미 사장님과 대화도 나눴다. 피곤해 보이셨다. 내일은 늦잠자야지.

20250428.월

일단 어제 김장을 하고 왔다. 즐거웠다. 내가 여기에 와서 김장 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 도 못했다. 먼저 김장하자고 제안해 준 가연언니와 루이스에게 고맙다. 양념도 다 준비해주고. 수육이랑 밥이랑 다 해주고. 집도 오픈해주고. 이게 참 쉬운게 아닌데.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영어로 이야기 나누게 되는 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언니네 부부와 알게 되어 여러모로 큰 힘을 얻는 것 같다.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재밌다. 그리고 지난 번 팝업에서 만난 한울 언니와 티아고 커플도 함께 김치를 담았다. 한울언니도 사람이 참 사랑이 가득한 사람 같이 느껴졌다.

오늘은 day off. 늦잠 자고 밥 먹고 낮잠 잤다. 그러고 나가서 공원에 앉아있다가 dm 가서 필요한 거 사고 집에 와 씻고 저녁 해먹고 쉬는 중. 평화롭다. 내일은 면접보러 가야한다. 별 다른 이슈가 없고 그곳에서 일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 루이스와 나눈 대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캐슈넛 나무가 예쁘다는 것. 러닝과 자전거 타는 엄빠이야기. 일을 구하는 데 가연언니랑 루이스가 카페는 어떻냐고 묻길래. 스킬이 없어 못 넣어 보겠다고 했더니, 언니랑 루이스가 스킬 필요없어~ 지원이라도 해바!라고 했다. 맞다.

20250426.토

지금은 집 앞 공원. 느즈막히 일어나 밥 차려먹고 엄마아빠랑 통화했다. 어제 사귄 친구들 이야기도 하고. 태하 집에 가서 막창먹고 카페가고 한 이야기랑. 오늘 첫 수영 스타트 끊은 이야기랑. 이제 여기 온 지 한 달 된 이야기랑. 유튜브 구독자 20명이었는데 한 명이 이탈해서 19명 된 이야기 하다가 진쓰래블이 유튜브 영상 찍게 된 이유에 대해서 또 아빠가 장황히 설명해주고. (이유: 엄마아빠에게 보여주려고 시작) 나랑 비슷함. 그리고 햇살 좀 쬐러 나와야겠다 싶어서~ 집 나오는데 미진언니 전화와서 한 시간 이야기 나누고. 어제 새로 사귄 친구 트레이시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한국말로 하는 영상을 찍어 나에게 보내주고. 몇 가지 대화 주고 받고. 가연언니가 내일 김치 만드는데에 초대해주고! 급 약속이 생긴 내일. 이렇게 5분만 걸어오면 되는 이곳에 앉아서 햇살 받으며 앉아도 있다가 누워도 있다가 하는 지금. 자유를 느낀다. 예전에 자유는 뭔가 맨발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맨발과. 씻지 않았지만 정리된 몰골에서. 그렇게 하고 나오면 뭔가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근데[ 여기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 좋다.

어제는 가연언니가 초대해 준 브랜드의 팝업 오프닝 파티에 갔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게 오랜만이라 기가 빨린 것 같긴 했지만, 정말 즐거웠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트레이시라는 친구와 한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1회성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연락이 왔다. 이 친구랑 한 번 종종 만나봐야겠다. 이 친구는 한국에 대해 알고 있고, 관심이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온 친구 라그사. 그 친구랑도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예전에 가연언니가 본인은 영어하는 본인이 요즘 마음에 든다고 말했었는데, 나도 참 가연언니가 영어하는 게 좋았다. 언니는 당차고, 따뜻하고, 재미있었다. 트레이시랑 대화하는데 그 친구가 본인이 ADHD가 있다고 말했더니 언니가 Whoes not!이라고 했는데 난 정말 인상깊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무용하시던 분 석사 준비하시는 분도 만나 대화 나누고. 그 분은 온 지 이제 1년 됐다고 했다. 이번 팝업 브랜드 모델도 하셨다. 내가 패션에서 일 하다 와서 여기서도 패션 일 하고 싶다니까 한국인 중 아워레가시 일하시는 분 있다면서 소개해준다고 했다. 어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20250424.목

내가 나에게 칭찬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잘 몰라주는 경우가 대다수인 이곳에서. 나는 나를 가장 먼저 돌보고. 가장 먼저 위해주고. 칭찬해준다. 매일 하루. 오늘도 잘 살아냈다고. 할 수 있다고. 오늘 면접을 봤다. 준비를 엄청하고 긴장돼서 잠도 거의 못잤는데. 그거 대비 면접은 자기소개하고 끝났다. 그래도 이번 준비를 통해 다음 번 새로 생기게 될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주에 이곳에 또 오기로 했다. 일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고 싶다.

아, 그리고 오늘 안멜둥 하고 왔다. 2주 뒤 정도 tax ID 가 나온다고 했다. 안멜둥 다 하고 담당자분이 Welcome to Berlin!이라고 말해주셨는데 가슴이 찡~했다. 나를 환영해주시는 사람이!!! 있구나. 그러면서 나올 때, 카주미에서 훔쳐듣고 써봐야지 했던 Danke schön, schönen tag.하고 나왔는데 클링크가 ㅇ0ㅇ 표정을 지으면서 왕 따봉 날려줬다. 그 말을 정말 잘했다고.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했냐고. 진짜 표정이 ㅇ0ㅇ저랬다. 나 정말 집 주인 잘 만난 것 같다. 정말 친절하고 예의바르신데, 그 이유가 본인도 외국에 많이 다니면서. 친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참 멋졌다. 나, 독일 등록 OK.

20250423.수

스몰톡은 저렇게. How are you~ How are you~ I'm great!. 날씨 이야기도 좀 나누고. light한 잉기도 좀 나누고. be friendly. 오늘도 카주미에 앉아 있다. 오늘은 실내 문 앞 자리에 앉아 문 밖 바라보는 중. 내일은 드디어 안멜둥이 있어, 그것에 관련된 것들 좀 찾아보고 & 주인 아줌마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금요일엔 가연언니 친한 친구들이 하는 브랜드의 오프닝파티에 가게 됐다. 언니가 먼저 연락와서 자기 갈 건데 오지 않겠냐고 물어봐줬다. 고마웠다. 엄만 맨날 영상통화를 할 때 마다 "조급해 말고 즐겨~"라고 한다. 나를 위한 응원을. 꾸준히 주고픈 마음이 여기까지도 그대로 느껴진다.

어쩌다보니 내일 job interview를 갖게 되었다. 나의 첫 인터뷰. 너무 떨린다. 오늘은 오후 내내 그것만 준비했다. 이왕 하는 거 잘 하면 더 좋겠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20250421.월

음. 잘 사는 거란 뭘까. 하루가 또 이렇게 가고. 새 하루가 온다. 오늘은 뭘 하면 좋을까. 이런 하루도 언제는 가겠지. 하나가 가면 하나가 온다. 계속 하나씩 부딪히다 보면은 무언가 하나는 깨진다. 원래 겪으며 배우는 게 더뎌도 확실하다. 탁구치는 사람들. 보라색 꽃. 반짝이는 해. 가족. 따뜻한 가족. 맑은 아기. 대화하며 눈을 맞춫는 사람들. 이걸 무슨 색이라 해야 하나... 노랗게 물드는 하늘. 달리는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 날도 괜찮아. 쉬어도 쉬어도 괜찮아. 쉬고, 다시 기지개 켜자.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해.

20250420.일

음! 역시나 뛰고 오길 정말 잘했다. 1km라도 달리고 들어오자 라는 마음으로 나갔다. 오늘은 해가 지는 것이 예쁠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예뻤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것을 향해 달렸다. 붉고 노란 노을이 한 쪽에 물들고 다른 하늘엔 보랏빛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계속 달리면 달릴 수록 물감을 더 푼 듯 진해졌다. 정말 예뻤다. 이 집에선 해 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참 아쉬웠는데, 이렇게 즐기면 되겠구나!

오늘은 오전부터 바빴다. 일어나자마자 CV를 다듬어 또 지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밥을 해두고, 아침으로 계란과 양상추를 먹었다 준비하고 마우어파크로 향했다. 날씨도 좋고, 입은 옷도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마우어파크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바이닐 아저씨네 음악도 좀 훔쳐듣고, 마켓들 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많았다.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났다. 이렇게 붐비는 곳에선 항상 아빠가 나를 보호해줬다. 눈물이 차올랐다. 럴수럴수이럴수가. 이렇게 운다고?... 마음 추스리고 날씨 만끽하며 걷다가 종소리도 들었다. 풍경이랑 너무 어울려 잠시 감상했다. 카주미에 갔다. 이젠 정말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시는 것 같다. 아이스드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커피도. 햇살도 즐겼다. 집에 잠시 들렀다가 잘생긴 사람들은 다 모인다는 플리마켓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엄마아빠랑 통화도 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보여주고 싶었다. 엄만 또 나보고 ㅋㅋ 입은 옷은 절머니 스타일이냐며 ^~^ 트램타고 40분 정도 갔다. 햇살 맞으며 노래 들으며 가니 정말 좋더라. 근데 진짜 Boxi플리마켓은 멋쟁이들 총집합 해 놓은 거 맞는듯... 잘생기고 멋진 애들 밖에 없더라. 사람 구경하느라 한 바퀴, 물건 구경하느라 한 바퀴... 두 바퀴 돌았다.

달리기 그냥 오늘 스킵하려 했는데, 또 가만있으면 뭐하나 싶어서 달리고 왔다. 덕분에 해 지는 것도 만끽했다. 이제 씻고 영상 편집 좀 하고 유튜브 보다 자야지!!! ^~^

20250419.토

집에서 잘~쉬다가 비오는 배를린. 어제 밤부터 창 밖 빗소리 줄겼다. 너무 행복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창문 열어재끼고 빗소리 들었다. 들으며 웹사이트 편집하고~ 민선이가영이다진이랑도 통화하고~ 근처 가보고 싶던 바이닐 샵도 들어가서 구경하고~ 집와서 씻고 파스타 해먹고 지금. 오후 세시 반이다. 참 여우롭게 잘 지내고 있다. 이 시간은 내가 즐기기 나름이다. 즐기자. i love me.

바이닐 샵에서 한 40분은 노래 들으며 디깅했다. 평화롭고 좋았다.

확실히 달리기를 하고 오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오늘은 5km 30분! 꾸준히 달려보자!!

20250418.금

아빠랑 엄마가 조급해 하지 말고, 어학원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라고 한다. 다음주면 여기 온 지 한 달 이구나. 아빠가 말해줘서 알았다. 벌써 한 달이 지났군... 조급해 하기 보단, 뭘 할 수 있을까 고민 중. 재미있는 무언가 해보고 싶다. 아빠가 달리기라도 하고 오라고 해서 달라고 왔다. 뭔가 고작 30분이지만, 뛰고 오면 오늘 하루 "또" 뭔가 해 낸 것 같은 기분에 만족스럽다. 일어나서 한 두시간 정도 웹사이트를 만졌다. 뭔가 하나씩 매우 느린 속도이지만 만들어지고 있는게 신기해 뿌듯하다. 일단 4월은 좀 적응기로 생각하고, 5월부터는 어학원도 알아보고 여행도 좀 생각해 봐야겠다.

20250417.목

오늘 그래도 활기찬 아침을 보내보고자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CV를 직접 돌려볼 마음을 먹고 있다. 오프라인용 CV를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부활절 휴일이라 마트가 문을 닫는다는 클링크의 말에 장을 잔뜩 봐왔다. 그리고 집에서 드디어 쌀밥을 해먹었다. 계란이랑 소시지랑 먹었다. 맛있었다. 내일도 먹어야지. 그리고 한 세시까지 잤다. 자다가 안되겠다. 이렇게 한 없이 우울해선 안되겠다 싶어서 급 씻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미진언니랑 전화했다. 돌아오는 한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돌아와서 바나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ㅠㅠㅠ 왜이리 맛있닝... 좀 씻고 맥주부터 벌컥였다. 짱시원해.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간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근데 약간 어떤 느낌이냐미연~ 오리.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 같다. 내가. 아무것도 안해 보이는데 떠 있으려고 발을 막 젓고 있는 오리. 나같다. 그렇게 꾸준히 즐길 건 즐기며. 백수의 삶을!!! 잘. 살아보자.

20250416.수

잠시 쉬어가도 되잖아. 여기서 쉰다는 건 육체적으로 쉰다는 거다. 이곳에와서 첫 3일을제외하고, 매일같이 나가서 2시간은 걸은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음... 그래도 뭐라도 하자! 나가서 보고 듣고 느끼자!였다. 물론 너무 좋고 덕분에 깨우친 것들도 많은데,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다. 그래도 되잖아. 룸메들은 매일 아침 나가서 일하고 저녁이 되어야 들어오는데, 나만 집에서 빈둥대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여러모로 기가 죽었던 것 같다. 어젠 일기도 적지 않고 잤다. 쉬고 싶었다. 쉬고있지만서도 쉬고 싶었다. 가연언니가 팟캐스트 편집한 걸 보내줬다. 다시 들으니 언니의 목소리가 더 잘 들렸다. 그땐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바빴다면, 이젠 언니가 나에게 해주고 시은 이야기가 더 잘 들렸달까. 어젠 그래도 집에서 파스타 해먹고 알렉산더플라츠 쪽으로 산책을 갔다. 근데 그때 딱 느꼈다. 억지로 나오진말자. 내일은 쉬자.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꽃보다 남자 계속 보면서 쉬었다. 오늘은 9시까지 잤다. 처음으로 잔 늦잠이다. 얼른 일을 구하고 싶다. 조급해지면 안되는 거긴 하지만. 그리고 계속 무언가 남길 것, 남길 공간이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웹사이트를 좀 만져봐야 겠다. 오늘 잠시 집 앞 산책할 겸 나갔다가, 마트 맞은 편 공원에서 한 시간 앉아있었다. 다들 볕에 몸을 쬐이고 있었다. 나도 노래를 크게 들으며 해를 맞았다. 어느 커플의 강아지가 나에게로 왔따. 너무 순하고 귀여웠다. 주인 분들과 눈을 맞추며 귀엽다고 했다. 이렇게 또 교감했다. 뭔가 이곳에 있으면 대단하지 않은 것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네를 걸으며 예쁜 것들을 본다거나 시간 속에 잠시 머물렀을 때. 오늘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20250414.월

방금 잠에서 깼다. 꿈 속에서 한국에 가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이곳에 와서 꿈을 거의 맨날 꾼다.

어제 내가 아빠랑 통화하면서 어학원 이야기 하길래, 지금은 어학원 보다는 일을 더 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돈도 없는데 뭔 어학원~ 일단 돈부터 벌래~ 이랬는데 아빠가 마음이 쓰였는지 오늘 전화와서 첫 마디가 생활비 있냐는 거였다. 물론 있다. 살 만큼 있고, 있는 만큼 살면 된다. 보증금에 두 달치 방세하면 큰 돈이 나간 건 맞지만, 내가 모아둔 돈이고 깨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적금도 절대 안깰거다. 그리고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선물로 자전거 속도계를 집으로 배송시켰는데 아빠 전화번호를 넣어서 그런지 아빠가 뭘 배송시켰냐고 물었다. 속도계 보냈다고 하니 안챙겨줘도 되는데 뭘 또 보냈냐며. 얼마 안되는 거였지만, 선물은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언젠간 나도 왕창 벌어서 좋은 거 많이 해주고 싶다.

20250413.일

오늘은 대망의 팟캐스트 녹음 하는 날! 오전에 마우어파크 러닝도 하고, 집에서 씻고 밥 차려먹고 빨래 널고 준비해서 가연언니네로 출발했다. 언니네 집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창 밖으로 보인 루이스와 첫 인사를 나눴다. 그의 첫 인사는 "안녕". 반가웠다. 나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어 주는 게 이런 웰컴의 감정이라니. 언니와 포옹으로 인사 나눴다.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 먹으며 간단히 집 투어를 해준 언니. 못다한 이야기들도 좀 나누고, 팟캐스트 녹음을 시작했다. 긴장도 많이 되었지만 언니 덕에 참 재미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언니와 나는 대화들이 몇몇 문장들은 나를 위로해줬고, 몇몇 문장들은 나를 응원해줬고, 몇몇 문장들은 웃겨줬다.이렇게 다시 나에 대해 복기하는 시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언니에게 감사하다. 제임스 시몬 파크? 이곳에 다시 와서 앉아있다. 날씨는 좀 우중충 하지만, 평화롭다. 또 누가 콜플 옐로우 연주해주네. 난 이노래 참 좋아하는데. 언니가 나에게 해 준 말들 중 기억에 남는 건. 주현씨는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하고, 계속 나가고 그러는 게 참 좋아보인다. 대단한 것 같다. 잘하고 계신 것 같다. 이렇게 응원도 해주시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도 이야기 해주셨다. 언니랑 즐거운 팟캐스트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 걷다 다다른 여기. 집도 빠르게 구하고 언니랑 팟캐스트 녹음도 하고.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들이 생긴다는 게 감사하다.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려면 또 부지런히 다녀야지!

20250412.토

어젯밤. 여기서 처음 잤다.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잠을 거의 못잤다. 흑흑. 그래도 적응 될테야. 걱정말자. 4월에 일을 구할려면 이제 지원을 와다다 해야 한다. 방금 막 아빠랑 엄마랑 영성통화 했는데, 너무 걱정하지말고 조급해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송은언니도 시작이 좋다며 쉬엄쉬엄 하라구. 그래. 급히 먹으면 체하는 거니까. 즐기자.

엄마가 괜히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러 나가라~하는 게 아니다. 밖으로 일단 한 발자국 나가면, 새로운 것들이 들어온다. 걷다가 벼칠전 지나친 마라케시 상점에 들어갔다. 구경하는 분들도 꽤 있어 부담없이 이곳저곳 구경했다. 샵이 너무 예뻤다. 구경을 하고, 앞에 분 러그 사가시는 거 기다리고, 영어 하실 줄 아냐고 여쭤봤다. 조금 하실 수 있다고 하셨다. 컵 2개를 집으면서 혹시 카드결제 되냐고 여쭤봤는데 안된다고 ㅠㅠ 하셨다. 그래서 내가 현금이 없어 내일 다시 온다고 해야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흔쾌히 카드를 받아주셨다. 친절하신 분... 그리고 이 가게가 너무 예쁘다고 말씀드렸다. 나도 모로코에 엄청 가보고 싶었다고. 특히 사막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저씨는 사막에 6년? 정도 있었다고 했따. 밤에 별을 보면 아주 그건 스터닝 하다는 식으로 엋멍 예쁘다고 이야기해 주시면서 사진도 보여주셨다. 아주 큰 경험이 될 거라며. 나도 언젠가 꼭 간다고 했다. 여긴 여행이나 아니면 여기 사냐고 물어보시길래, 일때문에 1년 정도 와 있다고 말씀드렸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냐길래, 지금은 일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니 오! 본인 친구들 중에서 혹시라도 직원을 구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잠시나마 나눈 대화에서 아저씨는 참 친절하셨다.

그러다 쭉 걸어서, 며칠 전 벚꽃 진짜 예뿌다~하고 지나쳤던 골목을 다시 보게 됐따. 오늘은 돌아서 그 길을 다시 걸었다. 7-8명 되는 언니들이 나보고 벚꽃길에서 사진 좀 찍어줄 수 있냐 물었다. 너무 기쁜 마음으로 찍어드렸다. 예상치 못하게 사람들과 소통할 때 기분이 좋다. 점점 더 이곳에 녹아들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벚꽃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종일 집에 있으려 했지만, 나오길 정말 잘했다! 역시. 나오지 않으면 못 보고 못 듣고 못 나눌 대화와 눈맞춤들 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아침 먹으려는데 Hugo가 러닝을 하고 들어왔다. 문을 열고 빼꼼 인사를 나눴다. Hugo는 참 인상이 좋고 친절했다. 언제 왔고, 일을 찾고 있다 등등. 나 프랑스에도 있었어! 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은 여기 1년 전에 왔는데, 이 집에 온 지는 한 달도 안됐다며. 다른 플랫메이트 Marystella도 엄청 친절하고 좋다고 미리 말해줬다. 지금은 놀러가서 다음주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함. 그래도 Hugo와 인사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한 결 편했다.

20250411.금

금요일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잘 간다고??? 오늘 드디어 완전히 <나의 집>으로 왔다. 어제 미리 와서 짐 정리해두고 바닥이랑 닦아두길 정말 잘했다. 나머지 짐들을 정리하고 Kajumi로 나왔다. 따뜻한 이곳의 라떼는 comfort food가 되었을지도? 아, 어제 짐 두고 가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say hi~하는 쪽지 적어두고 갔는데, Hugo가 친절하게 답글도 남겨줬다. 내심 그냥 아무말도 안 적혀있거나/딸랑 내가 물어본 와이파이 비밀번호만 적혀있으면 어쩌지 했는데. 자기 번호까지 남겨주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여기로 연락하라고. 마음이 ㅠㅠ 정말 따뜻했다.

20250410.목

오늘 대망의 큰 일이었던 이사를 일단락 했다. 알고보니 내 방 이름이 Green Room이었다! 이런 우연이. My english name = Green. Green은 나의 행운의 색인데, 방 이름도 그린이라니! 운명의 내 방 이었던 거다.

그리고 오늘 마트에서 마늘 4개 짜리 샀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직원 분에게 물어보는데, 혹시 영어 하시냐고 여쭤봤더니 엄청 조금 한다고 미안한 듯 말씀 하시길래 아유 괜찮다고 하고 막 뭐라뭐라 하는데 너무 친절?하게 해결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이라곤 Danke Schöne 밖에 없는 게 죄송스러운…

Claudia의 집은 정말 베를린에 막 도착한 나에게 Home이라는 공간이 되어준. 아주 감사한 공간이라 애정이 많이 생겼다. 특히 매일 아침 햇살과 테라스. 새 지저귀는 소리. 북두칠성. 해질녘 노을 비치는 거실까지. 덕분에 내가 오히려 위로 받고, 이곳에서의 삶을 살아내 보자 결심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고마워! 나의 첫 집 :)

20250408.화

알렉산더 플라츠에서 어떤 애가 나한테 nice sunglasses라며 칭찬? 해줬다. 옷가게에서는 누가 나보고 옷 문의함 ㅋㅋ you look so professional 이라 직원인 줄 알았다며. 머쓱. 그래도 기분 좋았다.

20250407.월

음… 집주인 아줌마에게 메일이 왔을 땐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베를린에 오긴 왔지만, 너무 날 선 날들이었다. 날이 아주 잔뜩 서 있었던 거다. 정말 확실하게 여행 온 거랑은 아주 다른. 뭔가 쉬어도 마음 편하지 않고, 놀아도 논 것 같지 않은. 충분히 이곳에서의 삶에 녹아들겠다 마음 먹었음에도 쉽지 않은 것들. 거주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점이 나에게 가장 큰 허들이었다.

집 계약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며 느낀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거다. 몇 군데 연락하니 또 길이 생기는 거고. 그러니 뭐든 정말 기쁜 마음으로 부딪혀 봐야겠다고 더더욱 생각했다.

20250404.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난, 집 잘 구할 수 있다>> 리프레시 하는 거다.

카페에서 나올 때도 사장님의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Have a nice day라고 인사해 주셨다. 어떤 할머니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할머니와 눈을 맞췄다. 기분이 좋았다. 눈을 맞추며 교감한다.

2025402.수

어제 자기 전엔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과 눈을 더 많이 마주치는 내일이 되어야지.’ 눈을 맞춘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예의 같기도 하다. 예의를 갖추는 것. 눈은 마음을 비추는 작은 창 이라고도 하니. 내가 보여야, 상대도 나에게 보여주니까. 친절은 바라는 게 아니고 베푸는 거니까.

<<어쩌면 난 다시 꿈을 꾸러 이곳에 왔나보다>> 가연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예전에 언니 블로그 글을 보고 울면서 남겼던 메모를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그때 난 꿈 많았던 나를 동경하며, 다시 꿈을 꾸고 싶다는 열망을 싹 틔웠나보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왔나보다. 다시 꿈을 꾸러 왔나보다. 잠시 주춤했다. 난 왜. 이곳에 다다랐는가. 어떤 마음의 열망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근데 한 가지 깨달았다. 나! 꿈 꾸러 왔구나!

20250401.화

아, 그리고 오늘은 여행자처럼 어디를 좀 가볼까 한다. 집이 burden이라 여행자 같은 마음… 어렵지만! 그리고 가연님이 “전 한국을 떠나 사는 모드를 응원합니다. 큰 결심하고 나온 만큼 잘 살아 봅시다.”라고 했는데, 그래. 잘 살아봐야지! 싶기도 하고.

예전에는 많이 걷고 많이 보는 게 여행의 99%였는데, 요즘 느끼는 건 한 곳에 머무리고,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고, 잘 마시고, 잘 먹고가 중요해 진 것 같다고 느낀다. 부엌에서 이렇게 앉아 해 지는 것을 바라보고 낮에서 밤이 되는 바람의 온도를 느끼는 게 참 행복하다. 오늘도 해냈다.

20250331.월

카페에 처음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점점 들어왔다. 보통 인사를 Morgen! 이렇게 하더라. 나도 다음에 Morgen! 이렇게 인사하고 들어가 봐야지. ㅋㅋ

20250330.일

이렇게 눈물이 났던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너무 사랑을 듬뿍 받아 외로움이란 감정이 들 새가 없었나보다. 눈물이 너무 난다. 막막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 같기도 하다. 머리가 커지며 생기는 보이지 않는 두려운 것들이 있다. 예전 교환학생 시절엔 뭐든 다 신기하고, 뭐든 행복하고, 궁금하고, 쳐다보고, 사진찍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직도 이 도시와 낯가리느라 제대로 된 카페 하나도 못갔다. 오늘은 그래도 마우어파크 플리마켓을 구경 가야겠다 싶어서 발 닿는대로 걷다가 플리마켓을 구경했다.

미진언니가 전화가 와 있어서 콜백을 했다. 언니랑 전화하기 전까지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던 나.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슬퍼만 졌던 내가 언니랑 통화를 3시간 20분… 마치고는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비 내리는 지금이 분위기가 참 좋다.

20250329.토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하고, 거실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봤다. 그래. 내가 아직 여기에 와서 해지는 모습도 못 봤구나. 못 즐겼구나. 무엇이 나를 긴장시키지? 왜 마음껏 못즐길까. 그건 아마 해결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고, 몸이 아파서이지 않을까. 내일은 무작정 나가서 좀 걷고, 바람을 맞고, 카페에 가서 앉아있다가 와야겠다. 직접 삶을 느껴야 겠다. 그러면 또 답이 나오지 않을까.

20250328.금

베를린이다. 엘리베이터로 2층을 누르고도 반층을 더 올라와 오른편에 있는 Claudia의 집. 작은 방 한 켠의 책상에 앉아있다. 실감이 안나서 눈물도 나오려다 들어간다. 앞으로 여기에서 어떻게 살지?… 한 번 도 느껴보지 못 한 감정이다.

떠나기 전날 점심 먹으면서 부터 울었다. 그냥 눈물이 계속 났다. 달리기 하다가 다친 허리도 너무 아프고, 서럽고, 슬펐다. 정 들었던 곳, 사람과 떠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삶이 두렵고 무서운 게 아니고, 나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떠나는게. 엄마랑 아빤 항상 은퇴하면~ 내년엔~ 인데, 난 당장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다 이렇게 큰 이유는 엄마랑 아빠 덕분인데.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찾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같아. 문득… 여기 내가 왜 왔을까? 하… 돌아갈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스쳤을 땐, 아주 막막하고 아찔했다. 찾자!! 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