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빠가 여기 누워보라고 해서 보여줬던 별자리가 있다.
밤에 누워서 별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로로 세 개가 연달아 있는 별을 발견하면, 오리온자리일 것이라고 했다.
아직도 난 밤하늘에서 십자가 모양의 별만 찾는다.
물론 십자가 모양이 오리온자리는 아니지만, 오리온 자리를 이루는 별들이니까.
오리온자리를 찾으면, 아빠가 생각난다.
아주 어렸던 나와 젊은 아빠는 같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봤다.
오늘 대망의 큰 일이었던 이사를 일단락 했다. 알고보니 내 방 이름이 Green Room이었다! 이런 우연이. My english name = Green. Green은 나의 행운의 색인데, 방 이름도 그린이라니! 운명의 내 방 이었던 거다.
그리고 오늘 마트에서 마늘 4개 짜리 샀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직원 분에게 물어보는데, 혹시 영어 하시냐고 여쭤봤더니 엄청 조금 한다고 미안한 듯 말씀 하시길래 아유 괜찮다고 하고 막 뭐라뭐라 하는데 너무 친절?하게 해결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이라곤 Danke Schöne 밖에 없는 게 죄송스러운…
Claudia의 집은 정말 베를린에 막 도착한 나에게 Home이라는 공간이 되어준. 아주 감사한 공간이라 애정이 많이 생겼다. 특히 매일 아침 햇살과 테라스. 새 지저귀는 소리. 북두칠성. 해질녘 노을 비치는 거실까지. 덕분에 내가 오히려 위로 받고, 이곳에서의 삶을 살아내 보자 결심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고마워! 나의 첫 집 :)
알렉산더 플라츠에서 어떤 애가 나한테 nice sunglasses라며 칭찬? 해줬다. 옷가게에서는 누가 나보고 옷 문의함 ㅋㅋ you look so professional 이라 직원인 줄 알았다며. 머쓱. 그래도 기분 좋았다.
음… 집주인 아줌마에게 메일이 왔을 땐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베를린에 오긴 왔지만, 너무 날 선 날들이었다. 날이 아주 잔뜩 서 있었던 거다. 정말 확실하게 여행 온 거랑은 아주 다른. 뭔가 쉬어도 마음 편하지 않고, 놀아도 논 것 같지 않은. 충분히 이곳에서의 삶에 녹아들겠다 마음 먹었음에도 쉽지 않은 것들. 거주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점이 나에게 가장 큰 허들이었다.
집 계약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며 느낀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거다. 몇 군데 연락하니 또 길이 생기는 거고. 그러니 뭐든 정말 기쁜 마음으로 부딪혀 봐야겠다고 더더욱 생각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난, 집 잘 구할 수 있다>> 리프레시 하는 거다.
카페에서 나올 때도 사장님의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Have a nice day라고 인사해 주셨다. 어떤 할머니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할머니와 눈을 맞췄다. 기분이 좋았다. 눈을 맞추며 교감한다.
어제 자기 전엔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과 눈을 더 많이 마주치는 내일이 되어야지.’ 눈을 맞춘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예의 같기도 하다. 예의를 갖추는 것. 눈은 마음을 비추는 작은 창 이라고도 하니. 내가 보여야, 상대도 나에게 보여주니까. 친절은 바라는 게 아니고 베푸는 거니까.
<<어쩌면 난 다시 꿈을 꾸러 이곳에 왔나보다>> 가연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예전에 언니 블로그 글을 보고 울면서 남겼던 메모를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그때 난 꿈 많았던 나를 동경하며, 다시 꿈을 꾸고 싶다는 열망을 싹 틔웠나보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왔나보다. 다시 꿈을 꾸러 왔나보다. 잠시 주춤했다. 난 왜. 이곳에 다다랐는가. 어떤 마음의 열망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근데 한 가지 깨달았다. 나! 꿈 꾸러 왔구나!
아, 그리고 오늘은 여행자처럼 어디를 좀 가볼까 한다. 집이 burden이라 여행자 같은 마음… 어렵지만! 그리고 가연님이 “전 한국을 떠나 사는 모드를 응원합니다. 큰 결심하고 나온 만큼 잘 살아 봅시다.”라고 했는데, 그래. 잘 살아봐야지! 싶기도 하고.
예전에는 많이 걷고 많이 보는 게 여행의 99%였는데, 요즘 느끼는 건 한 곳에 머무리고,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고, 잘 마시고, 잘 먹고가 중요해 진 것 같다고 느낀다. 부엌에서 이렇게 앉아 해 지는 것을 바라보고 낮에서 밤이 되는 바람의 온도를 느끼는 게 참 행복하다. 오늘도 해냈다.
카페에 처음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점점 들어왔다. 보통 인사를 Morgen! 이렇게 하더라. 나도 다음에 Morgen! 이렇게 인사하고 들어가 봐야지. ㅋㅋ
이렇게 눈물이 났던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너무 사랑을 듬뿍 받아 외로움이란 감정이 들 새가 없었나보다. 눈물이 너무 난다. 막막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 같기도 하다. 머리가 커지며 생기는 보이지 않는 두려운 것들이 있다. 예전 교환학생 시절엔 뭐든 다 신기하고, 뭐든 행복하고, 궁금하고, 쳐다보고, 사진찍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직도 이 도시와 낯가리느라 제대로 된 카페 하나도 못갔다. 오늘은 그래도 마우어파크 플리마켓을 구경 가야겠다 싶어서 발 닿는대로 걷다가 플리마켓을 구경했다.
미진언니가 전화가 와 있어서 콜백을 했다. 언니랑 전화하기 전까지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던 나.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슬퍼만 졌던 내가 언니랑 통화를 3시간 20분… 마치고는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비 내리는 지금이 분위기가 참 좋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하고, 거실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봤다. 그래. 내가 아직 여기에 와서 해지는 모습도 못 봤구나. 못 즐겼구나. 무엇이 나를 긴장시키지? 왜 마음껏 못즐길까. 그건 아마 해결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고, 몸이 아파서이지 않을까. 내일은 무작정 나가서 좀 걷고, 바람을 맞고, 카페에 가서 앉아있다가 와야겠다. 직접 삶을 느껴야 겠다. 그러면 또 답이 나오지 않을까.
베를린이다. 엘리베이터로 2층을 누르고도 반층을 더 올라와 오른편에 있는 Claudia의 집. 작은 방 한 켠의 책상에 앉아있다. 실감이 안나서 눈물도 나오려다 들어간다. 앞으로 여기에서 어떻게 살지?… 한 번 도 느껴보지 못 한 감정이다.
떠나기 전날 점심 먹으면서 부터 울었다. 그냥 눈물이 계속 났다. 달리기 하다가 다친 허리도 너무 아프고, 서럽고, 슬펐다. 정 들었던 곳, 사람과 떠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삶이 두렵고 무서운 게 아니고, 나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떠나는게. 엄마랑 아빤 항상 은퇴하면~ 내년엔~ 인데, 난 당장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다 이렇게 큰 이유는 엄마랑 아빠 덕분인데.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찾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같아. 문득… 여기 내가 왜 왔을까? 하… 돌아갈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스쳤을 땐, 아주 막막하고 아찔했다. 찾자!! 난 할 수 있다!!